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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달라진 나무의 생태 시계

2022-01-28

문화 문화놀이터


기후변화와 자연유산
기후변화로 달라진 나무의 생태 시계
'변화의 속도에 담긴 경고 메시지'

    기상청에 따르면 2021년 벚꽃의 개화시기는 3월 24일로 평년보다 17일,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이르게 나타났다. 배롱나무와 이팝나무는 20여년 전만해도 식물학 교과서에 '남부지방에서만 자랄 수 있는 나무'로 기술되어 있었지만, 두 나무 모두 서울에서 겨울 추위를 너끈히 이겨내며 잘 살아간다. 기후변화로 나무의 생태 시계도 달라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뀐 서식환경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와 ‘강화 사기리 탱자나무’ 역시 최근 50년 동안 나타난 기후변화가 지난 300년 동안 일어난 변화와 맞먹을 만큼 빠르게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탱자나무가 강화도에 심어진 것은 조선 숙종 때이다. 그 당시 조정은 외적 침입에 대응할 임금의 피난처가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이에 강화도에 토성(土城)을 쌓았고, 강화도 관리는 생울타리로 탱자나무를 심어 키우자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집단고사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

    중부지방에 없던 탱자나무를 영남 지방에서 공수해 강화도 토성에 심었지만 살아남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심고 죽기를 반복하면서 겨우 두 그루만 살아남았다. 강화도의 두 탱자나무는 조상들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심은 국토방위의 유물로서 역사성을 지닌 동시에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한계선인 강화도에 자리하고 있어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1962년부터 다시 50년의 세월이 흐른 이즈음, 강화도의 기후는 탱자나무가 살아가는데에 ‘꽤 괜찮은 환경’이 됐다. 심지어 강화도보다 북쪽인 강원도 양양 지역 민가에서도 잘 자라는 탱자나무가 발견되었고, 휴전선 이북인 개성 지역에는 1945년에 심은 탱자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탱자나무의 서식환경이 나아진 것과는 정반대로 한라산과 지리산을 대표하는 고산 침엽수인 구상나무는 지구온난화로 집단 고사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고산 침엽수 뿌리가 토양을 잡아주던 기능을 상실하면서 지리산의 산사태 피해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민족문화의 상징인 소나무 역시 한반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끊이지 않는다. 
 
1962년 '생육 북한계지'라는 가치가 인정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강화 사기리 탱자나무
 
이제 변화의 속도를 늦춰야 할 때이다 
    기후변화는 그 자체보다 변화의 속도에 더 큰 위협이 있다.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 이론’을 제창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의 변화는 지구 스스로 견뎌낼 치유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변화속도가 지구 생태계의 수용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지난 45억 년 동안 매우 느린 속도를 변화한 지구가 지금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에서의 살림살이를 건강하게 이어가기 위해서 의지를 발동할 주체는 인지능력을 가진 인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구를 관리한다거나 운영한다는 자만심을 내려놓고, 우리가 곧 지구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깨닫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구의 지배자라는 헛된 자만심이 아니라, 사람도 나무와 풀과 곤충과 동물이 어울려 사는 복합 생태계인 지구의 한 부분임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 모두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데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제 더는 실패할 겨를이 없다. 지금이야말로 거대 생태계의 축소판으로 살아있는 우리의 자연유산을 더 세심히 살 피고 지구가 우리의 자연유산을 통해 던져오는 갖가지 위기의 시그널을 알아채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의 자연유산을 더 오래 지키는 첫걸음이고, 이는 곧 우리가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함께 더 오래 더 평화롭게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기후변화와 각종 자연재해로 지구가 병들고 있는 가운데 올바르게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위험에 빠져 있다. <기후변화와 자연유산>에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달라진 우리의 자연유산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보존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