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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집은 안전한가요?

2022-04-25

비즈니스 기획기사


국민이 말하는 정책
지금 우리집은 안전한가요?
'작은 세이프 존(안전지대)만들기'

    ‘물, 초코바, 담요, 핫팩, 손전등, 라디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챙겨야 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파는 ‘생존 배낭’을 그대로 쓰자니 구성품이 아쉽고, 직접 꾸리려고 하니 역시 만만치가 않다. 물건 목록을 확인하는 내 옆에서 남편이 한마디 한다. “생존 배낭도 좋지만, 집안에서부터 신경 좀 써보지 그래?”



    나는 그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집안에 위험한 게 어디 있어?” 나는 그때까지 자신만만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저녁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별안간 났다. 거실 벽에 액자를 걸어 놓았는데, 그것이 떨어져 버린 것이었다. 벽에 못을 박고 싶지 않아 껌처럼 생긴 접착제를 이용해 고정한 것이 몇 년 지나니 접착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유리는 깨지지 않았고, 액자의 틀만 산산조각 났다. 주변에서 놀던 아이도 놀라기는 했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만약 유리가 깨졌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다친 사람이 없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밖에서는 항상 신경을 곤두세운다. 공사장을 지나갈 때, 고속도로를 달릴 때, 어두운 밤길을 걸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 위급한 상황을 대처하는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해보곤 한다. 극장에 가면 비상구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영화와 상관없는 진동이나 굉음은 아닌지까지 의심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집은 내가 아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다. 특히, 내가 노력하면 위험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을 의심해 보기로 했다. 천장에 달린 조명들도 나사가 느슨하진 않은지, 찬장에 문짝이나 선반이 휜 곳은 없는지도 확인했다. 매년 대청소를 한다고 쓸고 닦는 데도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당장 친구들에게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어느 날은 막내의 양말이 유난히 까매 물어보니 화재 대피 훈련을 했다고 했다. ‘불나면 신발을 신지 말고 뛰어나가야 해!’라며 야무지게 말하는 모습이 제법 대견하기까지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되느냐고 물으니, 계단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그런데 우리집 비상구는 어디 있어?”
    아뿔싸, 우리는 항상 엘리베이터만 이용했다. 가끔 곁눈질로 ‘저 문을 열면 계단이 나와’라고 얘기해 주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용해 본 적은 없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계단실을 이용해 1층까지 걸어가 보았다. 단지 내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기도 했다.
    이쯤 되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많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안전과 관련해 인터넷도 검색해 보고, 현직 소방관의 책도 읽어 봤다. 아이가 방에 갇혀 출동한 사례부터 드레스룸에서 양초를 켜둔 채 스프레이를 써 화상을 입은 이야기까지,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깨울 수 있었다. 
    아이들이 습관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잔소리를 하거나 설명을 하려고 하면, “알아”라고 말한다. “주방은 왜 오면 안 되지?”라고 하면 “뜨거운 물건이 많아서”, “칼(조리 도구)은 위험하니까”처럼 알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겨지지는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 알지만 해보지는 않은 것들. 모르는 것 투성이에 어쩌면 크고 작은 사고들로부터 운이 좋아 넘어가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참에 포스트잇으로 위험 딱지를 만들어 붙이는 놀이를 해보았다. 아이 스스로 집에서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식이었다. 이렇게 하니 아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내기도 했고, 서로의 생각을 마주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 되었다. 
    지난 4월 16일은 국민안전의 날이다.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제정된 날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얼마 전에도 앞 동에서 난 연기로 소방차가 출동했다. 과열된 냄비가 원인이었는데, 하마터면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미리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주의를 기울이면 얼마든지 예방도 가능하다는 걸 액자 사건으로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어쩌면 큰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단추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마음으로 오늘도 작은 세이프 존(안전지대) 하나를 열심히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