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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을 바라보며 강원도를 맛보다

2021-01-05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농식품 종합 정보매거진 <농식품 소비공감>

농촌 풍류家
설악산을 바라보며 강원도를 맛보다
'속초 크래프트 루트'

    속초 IPA, 동명항 페일에일, 아바이 바이젠, 영랑호 화이트에일. 이름부터 신선하다. 속초와 강원도의 지역색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작명으로 더욱 화제가 된 맥주 양조장 ‘크래프트 루트’다.


 
맛과 품질, 원자재까지 고민하는 양조장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던 해, 소규모 맥주 제조자 면허가 도입되는 등 주세법에 변화가 있었다. 그러면서 잠시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붐이 이는 듯하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그 후 201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수제 맥주 붐이 일기 시작했다. 과거처럼 금방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유행을 감싸던 거품은 사라지고 점차 단단한 수제 맥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속초 출신 대표가 2017년 설립한 맥주 양조장 ‘크래프트 루트’는 맥주 이름에 지역성을 담은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맥주의 품질과 맛을 높이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10톤 이상의 맥주를 버릴 만큼 뼈아픈 시련도 겪었다. 이런 노력 때문일까. 2018년부터 올해까지 크래프트 루트의 맥주는 각종 국내외 맥주 대회인 인터내셔널 비어 컵, 유러피안 비어 스타, 대한민국 국제맥주대상(KIBA), 대한민국 주류대상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크래프트 루트는 맥주의 맛과 향을 내는 데 물, 맥아, 홉, 효모 등 순수한 천연 재료만을 사용한다. 다만, 국내 대부분의 소규모 양조장이 그렇듯 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수입해 활용하고 있다. 아직은 국내에서 맥주에 가장 적합한 맥아나 홉을 양조장에 공급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생산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원자재의 국산화’에 대한 크래프트 루트의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양조장 인근에서 작은 홉 농장을 자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농장이 워낙 소규모여서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수확한 홉으로는 ‘스페셜 비어’를 한정 제작한다. 비록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길고 심한 장마와 태풍으로 홉 농사를 망치는 바람에 스페셜 비어를 제작할 수 없게 됐지만, 내년엔 어떻게 될지 기대해봄직하다.
 
(왼쪽부터 차례로) 분쇄 완료된 맥아 / 당화를 위해 탱크에 분쇄된 맥아를 넣는 모습 / 맥주 제조에 활용되는 홉(펠릿) / 맥주 캔입 모습
 
세심하게 만들어가는 맥주의 맛과 향
    수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맥아를 적당한 크기로 빻는 ‘분쇄’가 첫 번째 단계다. 입자 크기에 따라 맥아 속 전분이 당으로 분해되는 비율(수율)이 달라진다. 너무 잘게 파쇄하면 수율은 높아지지만 껍질의 타닌 성분이 더 많이 추출돼 떫은맛이 날 수 있고, 너무 크게 파쇄하면 수율이 떨어진다. ‘분쇄기 작동 전, 반드시 분쇄 크기를 확인하라’는 경고 문구가 눈에 띈다. 적당한 크기로 빻은 맥아는 뜨거운 물에 70~80분 담가두면 ‘당화’가 일어난다. 맥아의 전분에서 당분을 추출하는 것이다. 당화 시간은 맥주의 종류에 따라 다르며, 이 단계가 끝나면 맥아 껍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 단계를 거친 뒤 소독을 위해 한 번 더 팔팔 끓여야 한다. 이때 맥주 종류에 따라 다양한 홉을 첨가해 맥주의 향과 맛을 낸다. 끓인 맥즙은 효모가 활동하기 좋은 온도까지 식혀야 한다. 적당히 식은 맥즙에는 효모를 넣은 후 발효 과정을 거친다. 발효란 효모가 당분을 먹고서 알코올을 비롯한 각종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뜻한다. 발효가 어느 정도 진행됐으면 이후에는 숙성을 통해 맛과 향을 완성한다. 일부 맥주는 숙성 과정에서 추가로 홉을 넣어 시트러스한 열대 과일의 향과 맛을 입히기도 한다. 숙성까지 완료된 맥주는 다양한 용기에 담겨 소비자를 만날 준비를 끝마친다.
 
(左) ‘크래프트 루트’ 수제 맥주    (右) 올리브 절임을 올린 브루스케타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하다
    크래프트 루트에서는 양조장에서 갓 완성된 여덟 종의 수제 맥주와 함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현재는 보통의 이탤리언 레스토랑처럼 파스타, 피자 등을 주문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다. 바로 속초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을 활용해 전체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다. 아직은 준비 중이지만, 조만간 해산물 전용 수조까지 마련해 이용객에게 속초 앞바다의 맛까지 선사할 예정이다. 이곳은 바깥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이 전면에 있어 맥주를 마시며 바깥 경치를 구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특히 유리창 너머로 설악산과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와 일상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완전히 해소해준다.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날,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눈과 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이곳에서 자유를 만끽하면 얼마나 좋을까. 감히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다.
    [INFO] 강원 속초시 관광로 418 / 070-8872-1001 / craftroot.co.kr
수제 맥주와 어울리는 추천 레시피 - 올리브 절임을 올린 브루스케타
    브루스케타는 납작하게 잘라 구운 빵 위에 각종 재료를 얹어 먹는 이탈리아 요리다. 올리브의 짭짤함과 레몬의 상큼함, 마늘과 올리브유, 로즈메리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홈 파티 요리로도 안성맞춤.

    * RECIPE
    - 재료(약 10개 분량): 사워 도 4조각, 그린 올리브 1컵, 마늘 4개, 레몬 1/4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4큰술, 로즈메리 2줄기, 굵은 후춧가루 약간

    - 만드는 법
    ① 그린 올리브는 칼로 눌러 씨를 제거하고, 마늘은 얇게 편썰기한다. 레몬은 4등분한 후 도톰하게 썬다.
    ② ①과 로즈메리, 올리브유를 골고루 섞어 1시간 이상 재운다.
    ③ 사워 도는 바삭하게 굽는다.
    ④ 구운 도 위에 ②를 올린 후 굵은 후춧가루를 뿌려 낸다.

    - 속초 IPA와 동명항 페일에일: 크래프트 루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맥주 양대 산맥이다. 속초 IPA는 솔 향과 짙은 홉 향이 매력이며, 동명항 페일에일은 산뜻하고 시트러스한 홉 향이 난다. 두 맥주 모두 2020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글 이선 / 사진 정원균 / 푸드스타일링 문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