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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어린이가 되는 초원에서의 낙농 체험

2021-09-13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떠나요 농촌으로
누구나 어린이가 되는 초원에서의 낙농 체험
'여주 은아목장'

    어떤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사람을 순하게 만든다.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확 트인 전망, 각기 다른 채도와 농도를 가진 초록의 중첩, 매연과 미세먼지 대신 피톤치드를 듬뿍 섞은 공기.
우리가 여행지에서 기대하는 풍경을 함수 상자에 넣으면 결과값으로 나올 법한 곳, 경기도 여주의 은아목장을 찾았다. 
목장 가는 길부터 여행
    여주IC에서 은아목장까지는 차로 15분 남짓 걸린다. '여정도 여행'이라면 은아목장으로의 여행은 톨게이트를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좀 전까지 빠르게 휙휙 스치던 먼 곳의 자연이 달리는 속도를 늦추자 선명한 색감으로 다가왔다. 도로 양쪽으로 이어지는 논밭에는 종류가 다른 농작물들로 빽빽했고, 수로 주변의 달맞이꽃은 하나의 줄기에 꽃과 열매를 같이 달고 있다. 야트막한 언덕에 군락을 이룬 밤나무에는 제법 굵은 밤송이들이 달려있다. 농촌에 접어들었으며, 머지않아 수확기가 시작되리란 자연의 무구한 신호는 이처럼 곳곳에서 읽힌다.



    은아목장을 목적지로 설정해둔 내비게이션은 청안교차로와 점동사거리를 지나 가남 방향으로 안내했다. 여기까지 왔다면 중간 중간 등장하는 젖소 모양의 은아목장 표지판 덕에 길을 잘못 들 염려는 내려놓아도 좋다. 좁아도 2차선을 유지하던 도로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비포장도로로 바뀌는 건 이국적인 느낌의 거대한 위성을 품은 한 통신회사를 지나면서 부터. 산과 바짝 붙은 좁은 길을 좀 더 달리면 왼쪽으로 언덕길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가 은아목장이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목장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은 오는 동안 예열된 여행자 모드의 기분을 한층 고조시킨다. 물론 은아목장의 앞마당, 초원에 들어서면 또 다른 국면을 맞는다. 마중 인사를 하듯 순식간에 10여 마리의 강아지들이 달려드는 까닭이다. 짖거나 위협하는 게 아니라 첫눈에도 환대의 몸짓인게 분명하므로 겁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다소 요란했던 첫 인사가 끝나면 그제야 은아목장의 너른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데, 가깝고 먼 곳 어디에 눈길을 두어도 얼굴과 마음의 근육이 펴지는, 말 그대로 목가적인 풍경이다. 
가족의 꿈과 추억이 일군 목장
    은아목장은 1983년 조옥향 대표가 남편과 함께 젖소 3마리로 시작해 일구었다. 목장의 꿈을 안고 서울에서 여주의 산속에 들어온 젊은 부부는 텐트 생활로 시작해 젖소를 하나둘 늘려나갔고, 목장에서 태어난 두 딸의 이름에서 한 자씩 가져와 은아목장이라 이름 붙였다.
    우유를 생산하던 은아목장이 체험형 목장으로 전환한 데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휘몰아친 우유 파동과 우윳값 폭락의 영향이 컸다. 많은 힘이 필요한 목장 일을 두 딸과 해나가기에 벅차다는 어려움도 한몫했다. 은아목장은 2006년, 7년여의 준비 끝에 낙농진흥회로부터 체험 목장 인증을 받았다.
    목장에서 나고 자라 어릴 때부터 새벽에 일어나 젖을 짜고 학교에 갔다는 두 딸이 각기 전문 교육과정을 밟고 목장으로 돌아온 것도 그즈음이었다. 큰딸 지은 씨는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에서 제빵제과 과정을, 작은딸 지아 씨는 일본 홋카이도 낙농대학에서 유가공을 전공했다. 
    딸들은 부모가 온 정성으로 일군 목장을 좀 더 많은 이들이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직접 젖을 짜보고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로 피자와 치즈, 요거트, 우유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 경험이 가능한 '모두의' 목장으로 거듭나게 했다.

 무해한 자연과 무공해 체험의 협업 
    은아목장은 어린아이를 둔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조심해!"를 달고 살아야 하는 도시와 달리 사방이 무해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목장에서는 부모도 아이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 다양한 체험 거리가 있어 어른도 아이도 지루할 틈이 없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낙농 체험이다. 매일 30ℓ의 우유(200㎖ 우유팩 125개 분량)를 생산하는 어미 젖소의 젖을 짜보는 체험은 아이들에게 매일 마시는 우유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고, 우유의 소중함까지 덤으로 일깨워준다. 어린 송아지에게는 우유를, 좀 더 큰 젖소에게는 여물을 먹이는 체험도 가능하다. 목장에는 젖소 말고도 어린 말들과 어린 돼지, 양, 토끼 등이 살고 있어 동물마다 각기 다른 먹이와 생태를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원은 물론이고 목장 길을 따라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야생화들과 나무 등 주변 자연 풍경을 둘러볼 수 있는 깡통 기차와 트랙터 타기도 인기다. 은아목장 여행의 묘미는 이곳에서 생산한 원유를 활용한 요리체험에서 극대화된다.
    목장 우유로 만든 우유 아이스크림부터 목장 우유와 치즈를 올린 피자 만들기 체험 등 직접 체험하고 만들고 맛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체험형 목장이지만 무용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목장 뒤쪽으로 나 있는 완만한 언덕길은 사람이 많지 않아 잠시 호흡을 고르기에 좋다. 길을 걷다 보면 나오는 '초원 위의 집'에는 목장 주인 부부가 살고 있는데, 능소화와 범부채 등이 채운 꽃밭은 9월이면 황화코스모스의 노란 물결로 출렁인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등산로 팻말을 따라 좀 더 깊은 산속에서의 고요한 산책도 추천한다. 물론 은아목장에 있다면 장소가 어디여도 상관없다. 그저 눈앞의 바람과 햇빛과 곳곳에서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자주 웃게 되고, 그 순간만큼은 어른들의 눈빛에도 반짝, 아이가 지나간다. 

Tip 목장 주인이 추천하는 은아목장 3대 즐길 거리 
    <건강한 간식을 직접 만드는 낙농피자체험> 직접 젖짜기 체험을 한 후 목장에서 생산한 원유로 반죽한 도우에 여주산 제철 채소와 목장 치즈를 듬뿍 올려 전용 오븐에서 2분이면 완성된다. 매일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1시 30분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직접 만든 피자로 점심을 해결하면 된다. 치즈나 밀크소시지 만들기 체험은 별도 문의 후 참여할 수 있다. 체험에 따라 예약 필수이므로 미리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한다. (홈페이지 www.eunafarm.com / 전화 031-882-5868)
    <먹고 마시는 즐거운 여유 은아카페> 은아목장의 명소 중 하나인 은아카페는 체험과 상관없이 찾는 이들도 상당하다. 목장의 전경을 감상하는 것은 기본이고 목장 우유를 넣은 라떼와 목장 우유, 목장 아이스크림, 치즈, 요거트, 치즈듬뿍피자*, 쿠키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소품과 대부분 조옥향 대표의 작품인 자수와 젖소 민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적잖다. 목장이 쉬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영업한다. 
    <자연 속 촉감 놀이공간 야외놀이터>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제한되면서 흙은 장난감보다 훨씬 만지기 어려운 놀잇감이 되었다. 은아목장 한쪽에 마련된 야외놀이터에는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특이한 모양의 그네가 있다. 안전에 특히 신경 써서 만든 공간이므로 잠시나마 마음 놓고 놀 수 있으며, 목장 입장료 및 놀이터 이용료는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