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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미백치약, 정말 효과가 있을까?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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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파는 미백치약, 정말 효과가 있을까?
'미백치약 알고 사용하세요'

    칫솔에 묻혀 닦기만 해도 치아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 미백치약,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있긴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미약합니다. 게다가 과산화수소 35%라고 표기된 것도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 아닙니다.  치아는 원래 누렇습니다. 치아의 내부에는 노란색의 상아질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바깥 부분을 하얗고 투명한 법랑질이 감싸고 있습니다. 그래서 속이 누렇게 비춰 보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내부의 상아질은 점점 어두워지고, 겉을 감싸고 있는 법랑질은 마모에 의해 점점 얇아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치아가 점점 더 누렇게 비춰 보이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치아를 하얗게 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상아질을 하얗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아질을 하얗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과산화수소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치아 표면에 15%~35% 정도의 과산화수소를 20분 이상 적용시키면 과산화수소 분자가 치아 표면을 뚫고 상아질까지 침투해 색소분자를 파괴합니다. 그 결과 상아질의 색이 밝아지면서 치아의 색도 좀 더 하얗게 밝아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과산화수소를 사용해 치아를 미백하는 과정은 매우 위험합니다. 고농도 과산화수소가 잇몸이나 입술에 닿으면 피부가 즉시 심한 화학적 화상을 입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과산화수소가 치아 표면 이외의 부분에는 닿지 않도록 하는 특수한 장비와 약품들이 필요합니다.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이용한 치아미백 시술이 치과에서 치과의사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이유입니다. 부작용도 심한 편입니다. 치아가 엄청 시리고 아프거나, 심하면 치아의 신경이 괴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과산화수소가 치약에 35%나 들어있다고요? 의도적인 거짓말입니다. 정말로 그렇게 들어있다면 그 치약 절대 사용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00% 우유 한 잔이 있습니다. 초코 우유가 먹고 싶어서 초코음료 한 잔을 석었습니다. 우유의 함유량은 50%가 되었습니다. 다시 초코커피우유가 먹고 싶어서 커피 두 잔을 섞었습니다. 우유 함유량은 1/4, 즉 25%가 되었습니다. 이 음료를 제품으로 만든다면 성분표시에 우유 100%라고 쓰는 게 맞을까요, 우유 25%라고 쓰는 게 맞을까요? 후자가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우유 100%라고 표기했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사용된 우유가 100% 순수한 우유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우유 함량이 100%가 아니라 사용된 우유가 100% 순수한 우유라는 뜻이랍니다. 이상하죠?
    미백 치약에 써 있는 과산화수소 35%라는 말도 이와 같은 교묘한 말장난입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35% 농도의 과산화수소수를 사와서 치약을 만들 때 소량 넣었다는 뜻입니다. 치약 전체에서 과산화수소가 차지하는 농도가 35%라는 뜻이 아닙니다. 실제 치약 용량 대비 과산화수소 농도는 몇몇 제품을 제외하고는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이상한 표기를 하는 걸까요? 과산화수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여야 소비자들이 ‘아 치아미백이 잘되겠구나’ 하고 느낄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실제로는 과산화수소가 얼마나 들어갔을까요? 법적으로는 치약처럼 아무나 돈만 내면 살 수 있는 의약외품에는 과산화수소를 최대 3%까지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과산화수소 농도를 아주 모범적으로 표시한 치약들도 있었습니다. 한 국산 업체의 미백치약에는 과산화수소 농도가 각각 0.75%, 1.5%, 2.8%로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선택하여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한 수입 미백치약에도 과산화수소 농도가 3%라고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외 대부분의 미백치약에는 그저 ‘과산화수소수 35%’라는 애매한 표기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마 실제 전체 용량 대비 과산화수소 농도는 숨기고 싶을 정도로 적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소비자를 현혹하는 표현을 사용했겠죠.
    그렇다면 1~3% 정도 과산화수소가 들어있다고 정확하게 표시한 치약은 미백효과가 있을까요? 효과가 분명 있기는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약합니다. 치과에서 치아미백 시술을 할 때 35%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치아에 20분 이상 적용합니다. 그러면 겨우 구분이 될 만큼 치아 색이 밝아집니다. 1~2주 간격으로 2~3회 정도 반복 시술하면 눈에 띄게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과산화수소 농도가 겨우 1~3% 정도인 미백치약으로 하루 2~3번 정도 양치한다고 해서 치아미백효과가 크게 나타날까요? 실제로는 치약이 물, 침과 섞여서 과산화수소의 농도가 훨씬 낮아질 것입니다. 아주 오랜 기간 꾸준히 써야 겨우 눈에 띌 정도로 조금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35% 까지는 아니더라도 치약에 과산화수소를 조금 더 많이 넣으면 미백이 잘 되지 않을까요? 위험합니다. 과산화수소 농도가 1% 이상만 돼도, 장기적으로 사용할 때 부작용 확률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치아가 시리고 아픈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입안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산화수소 농도가 1% 이상이라고 정확히 표시한 치약들의 경우 하루 2회 이내로 사용하라고 횟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자주 쓰면 위험하기 때문이지요.
    과산화수소 35%라고 부정확하게 농도를 표시한 대부분의 미백치약들은 효과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농도를 정확히 표시한 제품의 경우 효과가 있지만 아주 큰 효과를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게다가 부작용을 주의해야 합니다. 
    숯 성분이 들어간 미백치약도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숯 성분이 색소를 흡수해 치아 미백을 해준다고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숯 성분이 치아미백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는 아직까지 전혀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사실 치과의사로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습니다. 내 치아가 누런지 하얀지, 정작 남들은 별로 관심 없습니다. 인간의 치아는 원래 조금씩 다 누렇습니다. 그래서 강냉이라고도 부르잖아요?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치아는 미백치료나 보철치료 등을 한 상태라 지나치게 하얗습니다. 가끔 일반인들이 티비에 출연하면 치아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누렇습니다. 그게 정상입니다. 미디어에 노출된 연예인들의 하얀 치아와 비교하면서 불필요한 치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