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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걷기 편

2021-12-31

라이프가이드 건강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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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의학 상식: 걷기 편
'잘못알고 있던 걷기상식'

    걷기는 일상 속에서 특별한 도구 없이도 쉽게 할 수 있고 전신 근육을 모두 사용하여 기초 체력을 향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운동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꾸준한 걷기는 심장 기능을 강화하여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지요.
    그런데 세간에 알려진 걷기 운동의 상식 가운데는 사실이 아닌 것도 있습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알고 보면 잘못된 내용이지요. 오늘은 그러한 오해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고 바로잡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누구나 쉽게 자주 할 수 있는 운동인 만큼 제대로 알고 하면 더욱 좋을 테니까요.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한다?
    흔히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만 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그것은 1964년 일본 도쿄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올림픽을 계기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일본의 한 업체가 걸음 수 계측기를 출시했는데요. 이 업체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걸음 수 계측기에 ‘만보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루 만 보 걷기’ 캠페인을 벌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한다는 속설’의 출발점이지요.
    그렇다면 실제로는 하루에 얼마나 걷는 게 좋을까요?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7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하루 걸음 수와 조기 사망률을 비교했더니 하루 7500걸음까지는 걷기 운동의 효과가 상승했지만 그 이상을 걷는다고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익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외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하루 7천 보에서 8천 보 사이에서 걷기 운동의 효과가 정점을 찍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루 만 보’라는 목표에 대한 부담이 오히려 걷기 운동의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만 보를 걷기 위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걸을 때 통증은 참고 견뎌야 한다? 
    처음에는 통증이 있어도 이를 참고 버티면 신체가 적응하리라는 믿음 때문에 통증을 무시하고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그러나 통증이 있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몸의 어딘가에 무리가 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걷기라고 해서 예외가 아닌데요. 단지 무리가 갈 뿐 아니라 숨어있는 질병의 증상일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걸을 때 허리 통증이 심하다면 척추관협착증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무릎의 통증은 무릎연골연화증, 퇴행성관절염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지요. 종아리의 통증은 말초혈관 때문일 수 있고요. 그런가 하면, 조금만 걸어도 발바닥이 아프다면 족저근막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걸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쉬면 나아지는 근육통이라면 운동량을 조절하여 해결할 수 있지만,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한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퇴행성관절염이 있으면 걷지 말아야 한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연골이 망가진 질환을 말하는데요. 통증이 있다면 이미 연골의 손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때는 무릎 꿇기, 쪼그려 앉기, 양반다리, 뛰어내리기, 무거운 물건을 들고 걷기, 무리한 등산 등 무릎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합니다. 과도한 걷기 운동도 마찬가지로 삼가야 할 행동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가벼운 걷기 운동은 퇴행성 관절염에도 좋은 운동인데요. 관절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수영처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근력 강화 운동은 퇴행성관절염의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이 걸으면 종아리가 굵어진다? 
    걷기 운동이 좋은 건 알지만, 혹시라도 종아리가 굵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미용에 관심이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내용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로 평소 안 하던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 종아리 부위가 굵어져 보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평소보다 근육을 많이 쓰게 되어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꾸준한 걷기 운동은 다리의 근육을 단련하고 혈액 순환도 개선하여 외모적인 개선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뒤로 걸으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휴일에 동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뒤로 걷는 분들을 종종 마주칩니다. 이렇게 뒤로 걷기 위해서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해야 하고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지요. 그래서일까요. 뒤로 걷기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뒤로 걷기와 치매 예방은 사실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걷기 운동에 약간의 재미를 더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뒤로 걸을 때는 운동도 좋지만 무엇보다 타인과 본인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 잊지 말아 주세요. 
걷기는 달리기만큼 운동 효과가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달리기가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크고 건강에도 유익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의 폴 윌리엄 박사는 2013년 4만 9천여 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걷기와 달리기가 만성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그에 따르면 달리기는 고혈압은 4.2%, 고콜레스테롤혈증은 4.3%, 당뇨병은 12.1%, 관상동맥질환은 4.5%만큼 위험을 낮춘 반면, 걷기는 고혈압은 7.2%, 고콜레스테롤혈증은 7%, 당뇨병은 12.3%, 관상동맥질환은 9.3%만큼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걷기도 달리기 못지않은 건강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걷기 운동을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를 알아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걷기 운동의 올바른 자세를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올바른 걷기는 등의 근육을 똑바로 펴고 목을 세운 후 턱을 살짝 당겨 전방 15m 정도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다음 어깨와 팔의 긴장을 풀고, 아랫배와 엉덩이가 나오지 않도록 합니다. 걸을 때 발은 발뒤꿈치, 발바닥, 발 앞쪽의 순서로 땅에 닿도록 하고, 팔은 보폭에 맞춰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면 됩니다.
    언뜻 쉬워 보이는 걷기 운동이지만 기본을 지킬 때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겠지요. 걷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 바로잡기부터 올바른 걷기 방법 소개까지, 아무쪼록 오늘 글이 올바른 걷기 운동을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