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 답은 뻔하다. 싸고 맛있는 집이다. ‘싸다’는 의미는 가격에 비해 양이 많다는 의미이며, ‘맛있다’는 말 속에는 좋은 재료를 통해 제대로 된 맛이 남다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청주에서 문의로 가다 청남대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성남집>은 이런 조건에 딱 맞는 가성비 좋은 왕소금구이집이다. 청주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한번쯤 가보았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맛 집이다.
숯불에서 익은 돼지고기를 한 점 입안에 넣자, 감칠맛과 고소한 식감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300g에 1만원하는 가격이었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것은 거의 10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을 맞이한 이 곳은 허름한 시골집에 숯 냄새가 진동하는 외진 곳이었다. 누군가의 소개로 찾아갔지만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숨어있는 음식점이었다. ‘이런 곳에 장사가 될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지만, 매장 문을 열자, 내부는 숯불에 익어가는 고기 향기와 가득한 연기 속에서 손님들의 수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바쁘다보니, 불친절이 다반사였다. 청결하지 않은 식탁에 턱 하니 올려놓은 두꺼운 돼지고기는 특정한 부위도 아닌 그야말로 아무부위나 막 준 돼지고기였다. 살짝 이 외진 곳까지 찾아 온 것이 후회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커다란 철판에 얹어진 돼지고기에 소금을 뿌리고 파절이에 얹어 먹는 순간, 무심한 서비스와 청결하지 않은 환경에 대한 불만은 저만치 물러가버렸다. 왜 이 집이 호황을 누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돼지고기 특유의 맛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숯불에서 익은 돼지고기를 한 점 입안에 넣자, 감칠맛과 고소한 식감이 그만이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300g에 1만원하는 가격이었다. 다른 고깃집 에서는 2명이 가면 적어도 3인분 이상을 시켜야 만족했지만, 이 집은 2인분을 시켜도 충분히 먹고 남을 정도였다. 두 번째 놀란 것은 아무런 장식도 화려함도 없는 밋밋해 보이는 소면이었다. 맑은 국물에 국수를 동그랗게 말아 넣고 양념장을 한 숟가락 얹어 놓은 모양이 전부였지만, 멸치국물이 주는 풍미는 최고였다. 가장 단순한 것이 최고의 맛을 내는 순간 이었다.
10년이 지난 후, 다시 찾아가본 <성남집>은 그때와는 조금 다른 풍경으로 맞이해줬다. 과거에 비해 외관건물은 제법 규모를 갖추었다. 하지만, 내부풍경은 전과 다름없었다. 외곽은 조금 변했지만 역시 고기 맛은 옛날 그 맛 그대로였다. 돼지고기 맛도 소면 맛도 변함이 없어 좋았다. 여전히 무뚝뚝한 종업원도 세련되지 않은 환경조차도 마치 <성남집>의 상징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치 맛의 역사가 잘 보존된 것처럼 그 순간을 즐기게 된 것이다. 소면의 절제된 맛과 풍성한 돼지고기의 풍미까지 10년이 그대로 유지된 맛을 느끼고 행복하게 돌아온 봄날 저녁이었다.<성남집>의 돼지고기는 국내산 300g 11000원, 잔치국수 2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