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무형문화재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 해녀
'자연친화적인 상생과 협동의 공동체'

해녀는 ‘제주해녀문화’라는 이름으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된 데 이어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기록에서 확인되는 오랜 역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어로법이라는 고유성, 자연과 인간의 공존과 생태 환경 지식, 공동체의 배려와 협업 등 해녀문화의 탁월한 가치를 보존·전승한다는 취지이다.

성산일출봉과 해녀. 국가무형문화재 ‘해녀’는 단순히 ‘물질하는 사람’이 아닌 해녀문화 전체를 포함한다. (사진. 제주민속자연사 박물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해녀와 해녀문화
해녀는 공기 공급 장치 없이 무자맥질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이다. 이러한 일을 제주도에서는 ‘물질’이라 부르며, 「수산업법 시행령」에서는 ‘나잠(裸潛)어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7년 5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해녀’는 제주 해녀를 비롯한 전국의 해녀를 말하지만, ‘해녀’라는 국가무형문화재 종목 명칭은 단순히 ‘물질을 하는 사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해녀와 관련된 기술, 지식, 의례 등의 문화를 포함한다.
해녀는 17세기 제주도 관련 기록에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제주도와 한반도 연안에서 물질하는 여성의 전통적인 어로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해녀는 제주도에 가장 많이 있고,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등 동남 해안권에 그다음으로 많다. 한반도 지역에서 해녀의 역사는 제주 해녀가 바깥 물질을 나와 그곳에서 일시적으로 작업한 것으로 시작됐다. 현재 한반도 지역의 해녀는 바깥 물질을 나갔다가 그곳에 정착한 제주 출신 해녀와 제주 출신 해녀로부터 물질을 배운 그 지역 현지 출신의 해녀이다.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바닷속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은 자연친화적인 채집 기술로, 지속가능성을 지닌다. 예전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제주 해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수영선수인 조오련, 수중발레 한국 대표 선수 등 3명이 출연해 물속에서 숨을 쉬지 않고 오래 버티기 경기를 했는데 제주 해녀는 약 1분 만에, 3명 중에서 가장 빨리 물속에서 나왔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도 확인되었듯이 1회당 잠수 시간은 해녀의 중요한 능력이 아니다. 해녀의 몸은 반복적인 물질 작업의 결과로 언제 물위로 떠올라야 살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물질은 삶과 죽음이 찰나에 갈라지는 일이므로, 해녀는 물밑에서 오래 머물면서 많이 채취하겠다는 욕심을 절대 부리지 말아야 한다.

左) 해녀의 작업 모습. 해녀는 공기 공급 장치 없이 무자맥질해서 해산물을 채취한다. (사진. 문화재청)
右) 물질 장비를 갖추고 휴식 중인 해녀들. 장비가 단출하다. (사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제주여성역사))

자연친화적인 상생과 협동의 공동체
국가무형문화재 ‘해녀’는 「문화재보호법」상 ‘한의학, 농경·어로 등에 관한 전통지식’이라는 무형문화재의 범주에 속한다. 해녀는 바닷속 암초와 해산물의 서식처에 관한 인지적 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조류와 바람에 관한 민속 지식도 풍부하다. 또 해녀는 오랜 물질에서 습득한 지식과 몸의 움직임을효과적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무슨 바람이 분다, 어느 쪽으로 물이 흐른다, 오늘은 어디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등 물질에서는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제주도의 마을 어촌계는 해녀가 물질을 하는 마을 어장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을 어촌계는 채취 시기, 물질 작업 시간, 잡을 수 있는 해산물 크기를 규정하고, 물질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 도구를 통제한다. 제주 해녀는 물질을 하는 바닷속을 ‘바다밭’으로 인식해 1년에 두세 번 해안가와 조간대(潮間帶)에서 공동으로 청소하고 잡초를 제거한다. 소라나 전복의 종묘를 마을 어장에 뿌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제주 해녀의 의무사항이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생태 환경에 따라 입어(入漁) 관행과 해녀 공동체의 성격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물질 작업의 본질이 협동이라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나 동일하다. 동료는 경쟁자이지만 물속에서 닥칠 위험을 상호 예방하는 보호막 구실을 하기 때문에 해녀는 동료 해녀를 위한 배려가 깊다.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물질을 한다. 해녀 공동체의 서열화 및 비공식적 교육은 공동체의 관습으로 중요하다. 제주 해녀는 물질 기량에 따라 스스로를 상군(上軍), 중군(中軍), 하군 (下軍) 등 세 집단으로 나눈다. 제주 해녀 공동체의 서열화는 해녀라는 직업이 고도의 훈련과 끊임없는 교육을 요구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상군 해녀는 오랜 기간 물질을 해 물질 기량이 뛰어나며, 암초와 해산물에 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다. 날씨에 따라 물질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일기 예보보다는 물질 경력이 오래된 상군 해녀의 말을 듣는다.
해녀가 배우고 숙지해야 할 것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방법만은 아니다. 해녀는 자신에게 엄하되 동료에게는 관대하고, 자연의 힘 앞에서는 인간으로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해녀 공동체 안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된다. 해녀의 물질에는 견물생심(見物生心)에 기인한 개인의 욕심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에 교육을 통해 작업 중의 사고를 줄이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며 물질 작업 과정에서 서로를 돌보는 것이다.

左) 물질을 위해 입수하는 해녀. 해녀는 공동체 단위로 활동하며 물속에서 서로를 보호한다. (사진. 설문대여성문화센터(제주여성역사))
右)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해녀노래’ 강등자, 김영자 보유자. 해녀 문화 안에는 신앙과 의례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사진. 문화재청)


전승의 필수 조건은 해녀어업의 지속
해녀문화는 물질 기술 및 생태 환경에 대한 민속 지식과 공동체의 관습뿐만 아니라 신앙과 의례를 포함한다. 물질은 위험하기 때문에 해녀의 신앙과 의례가 생겨난다. 전국 각지의 해녀는 나름대로 민속신앙을 믿고 실천하고 있으나, 해녀 공동체 의례는 현재 제주도에서만 ‘잠수굿’의 형태로 행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를 잠수(潛嫂)라고도 부르는데, 잠수굿은 해녀의 무사 조업과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으로 음력 3월 8일 제주도 구좌읍 동김녕리에서 행해지는 게 대표적이다.
잠수굿의 제차(祭次) 중 용왕신과 바다에서 죽은 영혼에게 제물을 대접하는 ‘지드림’과 나쁜 액을 막는 ‘액막이’에는 해녀회 전체를 위한 것과 해녀 각자를 위한 것이 있다. 전체와 개인을 위한 지드림과 액막이에는 물질 작업이 각자 능력만큼 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일인 동시에 함께 물질한다는 점에서 집단적인 일이라는 것이 잘 나타나고 있다. ‘씨드림’이라는 제차는 채취물인 미역, 전복, 소라 따위의 씨를 바다에 뿌린다고 해 좁씨를 바다에 뿌리는 의례 과정이다. 씨드림을 하고 나서 올해는 해산물이 어디쯤에 많이 자랄 것인지 좁씨의 밀도를 보고 알아내는 ‘씨점’을 친다.
잠수굿이 해녀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해 준다는 것은 ‘분부사룀’의 제차에 잘 나타난다. 어촌계장과 해녀회장을 중심으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참고 지내야만 소원성취하고 아무 탈이 없을 것이라는 내용은, 분부사룀이 ‘심방(무당)’의 입을 빌려 신의 뜻을 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해녀는 거부할 수 없는 내용으로 받아들인다.
자연친화적인 채취 방법과 채취 방식의 공동체 통제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 환경을 추구하는 해녀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여성의 일도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전통지식에 기초한 무형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해녀가 사라지면 해녀문화도 사라지므로 해녀어업의 지속과 해녀문화의 전승은 불가분의 관계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2015년 12월 ‘제주해녀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해녀어업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녀가 물질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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