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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어울려 노는 일,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일입니다
2023-11-24
문화 문화놀이터
잇다, 놀다
신명나게 어울려 노는 일,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일입니다
'동래야류를 전승하고 있는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 노릇바치팀'
전통을 이어가는 일은 고단하고 외로운 길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오래된 것은 재미없는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전통적인 것을 외면하고 있으니까. 물론 이는 잘못된 선입관이다. 그리고 경성대학교 노릇바치팀은 그 선입관이야말로 얼마나 고루한 것인지 누구보다 신명나게 일깨우고 있다.
가장 젊은 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통
지난 8월, 전북 전주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에서는 제26회 전국대학생마당놀이축제가 펼쳐졌다. 전국 22개 대학교에 속해 있는 동아리원 300여 명이 참가해 농악과 탈춤 솜씨를 겨루는 흥겨운 잔치 한마당인 이 축제에서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이 있었다. 동래야류로 금상을 수상한 경성대학교 노릇바치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희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지난 1998년 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 전수학교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강의 커리큘럼에도 동래야류가 포함돼 있을 정도예요.”
고성정 야류장은 “동래야류는 동래 지역에서 음력 정월보름 앞뒤로 장터나 타작마당, 시냇가 등에서 펼쳐지던 들놀음[野遊]을 뜻하는 말”이라는 명을 덧붙였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에 앞서 풍년과 무사를 기원하던 놀이였던 셈이다. 경남 전역에서 성행하던 오광대놀이가 전문 배우에 의해 행해진 데 비해 동래야류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동래야류는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지금까지 동래야류보존회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를 중심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며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다. 2학년이 1학년에게 동래야류를 전승하던 노릇바치팀의 전통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을 때 그 당시 1학년이었던 저희들은 졸업을 앞둔 4학년 선배들에게 동래야류를 전수받아야 했어요. 2년 동안 전수 작업이 없었던 탓이죠.” 고성정 야류장의 회상에 허연서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이 졸업한 이후에는 더는 배울 곳이 없다는 절박함도 컸어요. 그러다 보니 부담감도 적지 않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스스로 자료를 찾으며 보충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릇바치팀에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동래야류 전승의 전통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한 해였으니까.
뙤약볕보다 뜨거웠던 청춘의 ‘사위’
8월에 열리는 전국대학생 마당놀이축제 출전을 앞둔 노릇바치팀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동래야류를 공부했다. 선배들뿐 아니라 동래야류보존회의 선생님을 모시고 여러 번 가르침을 구했다.
“보존회 선생님들께서는 동래야류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는 데 애를 많이 써 오신 분들이잖아요. 덕분에 동래야류의 원형이 어떤 것인지 선생님의 시범을 통해 정확하게 배울 수 있었어요.” 김동현 학생은 “보존회의 김익현 선생님께서 ‘동래 사람들은 팔만 올려도 춤이 된다’며 팔을 곧게 뻗는 일자사위와 둥글게 껴안는 소쿠리사위를 통해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었다.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기본기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각자의 배역이 해 내야 하는 춤사위 연습에 맹진했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실내 연습실을 마다하고 이글거리는 햇살이 작렬하는 운동장에서 야류를 펼쳤다. 마당놀이축제 참가 2주 전부터는 공연용 의상까지 갖춰 입었는데, 온 얼굴을 가리는 가면도 착용한 채였다.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서도 노릇바치팀은 저마다 연구해 온 자신의 캐릭터에 푹 빠져 한바탕 신나는 놀음을 여름 내내 이어갔다.
“그래서 마당놀이축제에 참가할 때도 수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신나게 놀고 오자는 데 모두 뜻을 같이했어요. 그 덕분에 저희 팀이 금상에 호명됐을 때는 예상치 못한 경사라 더욱 기뻤고요.” 고성정 야류장은 “수상 후 정말 많은 곳에서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았다”라며 웃었다. 기쁜 소식은 더 있었다. 국내 유일의 모피탈을 쓰는 모양반 역할의 김동현 학생이 우수 연기자에게 시상하는 으뜸상을 수상한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야류장 영상은 모두 찾아볼 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모양반이 있었는데 나는 과연 어떤 모양반이 돼야 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개털로 만든 탈을 쓴, 그야말로 개망나니 같은 양반 역할을 재미나게 수행한 김동현 학생은 “우리 팀 누군가는 꼭 상을 받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김동현 학생의 기쁨은 동래야류보존회에도 큰 영감을 줬다고 한다. 그동안 모양반은 비중이 낮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어떤 역할이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고성정 야류장의 전언이었다.
“올 11월에는 저희 노릇바치팀이 시민을 위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단순히 공연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먹고 마시며 동래야류에 참가할 수 있는 한마당을 만들려고 해요. 투박하기에 더 멋있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노릇바치의 동래야류를 많이 기대해 주세요!” 전통을 있는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투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릇바치팀의 가을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가장 젊은 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통
지난 8월, 전북 전주에 소재하고 있는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에서는 제26회 전국대학생마당놀이축제가 펼쳐졌다. 전국 22개 대학교에 속해 있는 동아리원 300여 명이 참가해 농악과 탈춤 솜씨를 겨루는 흥겨운 잔치 한마당인 이 축제에서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이 있었다. 동래야류로 금상을 수상한 경성대학교 노릇바치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희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지난 1998년 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 전수학교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강의 커리큘럼에도 동래야류가 포함돼 있을 정도예요.”
고성정 야류장은 “동래야류는 동래 지역에서 음력 정월보름 앞뒤로 장터나 타작마당, 시냇가 등에서 펼쳐지던 들놀음[野遊]을 뜻하는 말”이라는 명을 덧붙였다. 본격적인 농사의 시작에 앞서 풍년과 무사를 기원하던 놀이였던 셈이다. 경남 전역에서 성행하던 오광대놀이가 전문 배우에 의해 행해진 데 비해 동래야류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동래야류는 1967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지금까지 동래야류보존회와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부를 중심으로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런데 팬데믹 상황이 발생하며 모든 것이 멈추어 버렸다. 2학년이 1학년에게 동래야류를 전승하던 노릇바치팀의 전통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침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을 때 그 당시 1학년이었던 저희들은 졸업을 앞둔 4학년 선배들에게 동래야류를 전수받아야 했어요. 2년 동안 전수 작업이 없었던 탓이죠.” 고성정 야류장의 회상에 허연서 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들이 졸업한 이후에는 더는 배울 곳이 없다는 절박함도 컸어요. 그러다 보니 부담감도 적지 않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스스로 자료를 찾으며 보충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노릇바치팀에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동래야류 전승의 전통을 다시 회복해야 하는 한 해였으니까.
뙤약볕보다 뜨거웠던 청춘의 ‘사위’
8월에 열리는 전국대학생 마당놀이축제 출전을 앞둔 노릇바치팀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동래야류를 공부했다. 선배들뿐 아니라 동래야류보존회의 선생님을 모시고 여러 번 가르침을 구했다.
“보존회 선생님들께서는 동래야류의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계승하는 데 애를 많이 써 오신 분들이잖아요. 덕분에 동래야류의 원형이 어떤 것인지 선생님의 시범을 통해 정확하게 배울 수 있었어요.” 김동현 학생은 “보존회의 김익현 선생님께서 ‘동래 사람들은 팔만 올려도 춤이 된다’며 팔을 곧게 뻗는 일자사위와 둥글게 껴안는 소쿠리사위를 통해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라며 웃었다.
4월부터 6월까지 이어진 기본기 연습을 마치고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될 무렵부터는 각자의 배역이 해 내야 하는 춤사위 연습에 맹진했다. 상대적으로 시원한 실내 연습실을 마다하고 이글거리는 햇살이 작렬하는 운동장에서 야류를 펼쳤다. 마당놀이축제 참가 2주 전부터는 공연용 의상까지 갖춰 입었는데, 온 얼굴을 가리는 가면도 착용한 채였다.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서도 노릇바치팀은 저마다 연구해 온 자신의 캐릭터에 푹 빠져 한바탕 신나는 놀음을 여름 내내 이어갔다.
“그래서 마당놀이축제에 참가할 때도 수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신나게 놀고 오자는 데 모두 뜻을 같이했어요. 그 덕분에 저희 팀이 금상에 호명됐을 때는 예상치 못한 경사라 더욱 기뻤고요.” 고성정 야류장은 “수상 후 정말 많은 곳에서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았다”라며 웃었다. 기쁜 소식은 더 있었다. 국내 유일의 모피탈을 쓰는 모양반 역할의 김동현 학생이 우수 연기자에게 시상하는 으뜸상을 수상한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야류장 영상은 모두 찾아볼 정도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모양반이 있었는데 나는 과연 어떤 모양반이 돼야 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개털로 만든 탈을 쓴, 그야말로 개망나니 같은 양반 역할을 재미나게 수행한 김동현 학생은 “우리 팀 누군가는 꼭 상을 받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김동현 학생의 기쁨은 동래야류보존회에도 큰 영감을 줬다고 한다. 그동안 모양반은 비중이 낮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어떤 역할이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고성정 야류장의 전언이었다.
“올 11월에는 저희 노릇바치팀이 시민을 위한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단순히 공연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먹고 마시며 동래야류에 참가할 수 있는 한마당을 만들려고 해요. 투박하기에 더 멋있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노릇바치의 동래야류를 많이 기대해 주세요!” 전통을 있는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투영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릇바치팀의 가을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