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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을 원천으로 아뜰리에 201

2021-03-10

문화 문화놀이터


문화예술 소통과 공감의 통로 [ㅊ·ㅂ]
로컬을 원천으로 아뜰리에 201
'아뜰리에 201 대표 배해경 작가 인터뷰'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이동이 어려워졌다. 일상의 모습이 바뀌었고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 비상식적인 행위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졌다. 여행을 다니는 것은 사치이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은 온라인이 대신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예술가, 예술단체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무엇일까.
    2019년 이전에도 로컬 중심의 문화 운동은 시대적 흐름이었다. 다만 대중에게는 수도권과 관광지 중심의 문화예술이 더욱 익숙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많은 이들은 여행과 문화 향유의 제한이 당연하게 형성되었고 가까운 곳을 이색적으로 산책하거나 우리 동네의 예술에 눈길을 주기 시작하였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아트 크리에이터 그룹이 충북 청주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무엇에 집중하고 있을까. 아뜰리에201의 대표 배해경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알뜰리에201 대표 배해경
 
안녕하세요. <아뜰리에201>은 어떤 팀인가요?
    안녕하세요. 아뜰리에201은 공간에 관한 작업을 하는 팀으로, 소개할 때에는 주로 크리에이터 그룹이라고 말합니다. 저희의 주요 활동 관심사는 공간과 오브제(사물)인데요. 공간의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재해석하여 기획, 디자인, 제작, 연출의 과정을 통해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런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모두 수행하며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을 하다 충북 청주로 이주하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나요?

    음. 파리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할 때, 많은 지역을 생각해 봤어요. 그중 청주에 자리하게 된 이유를 꼽자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저희는 사람과 사람 간의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청주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었고 협업의 상상이 자유로웠던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그리고 이곳에 와서 경험해보니 저희가 온 시기에 지역에 많은 신생 문화공간들이 생겨났더라고요.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동부창고의 확장 등.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바로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이유라고 볼 수 있어요.
 
알뜰리에201 구성원
 
지역에서 진행한 작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을 소개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많은 작업을 진행하였지만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우선 청주 동부창고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로 공간 내부의 트러스(내부 천장 지지대)에서 영감을 받아 테이블을 제작하여 동부창고의 공간성을 유지한 작품을 이야기 드리고 싶네요. 저희가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성의 재해석이 적절히 표현된 작업이에요.
    두 번째는 ‘자투리 전’인데요. 2019, 21년 초에 각각 진행한 활동으로 작업물의 잔여물을 활용한 창작물을 전시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활동이에요.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자투리 목재들을 활용한 체험교육도 함께 진행하는데요. 단순한 업사이클 활동이 아니라 특정 작품의 자투리들을 소개며 이 오브제(사물)가 어떤 경위로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를 소개하고 특성을 이해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어요. 이런 활동을 통해 아뜰리에201이 작업한 많은 이야기를 소개할 수도 있고 버려지는 사물이 쓰레기가 아닌 어떤 작품의 자투리라는 것을 인지하여 스토리텔링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는 가장 최근에 작업한 ‘리본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청주의 골목에 집중, 사물을 채집하여 재구성하고 실용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재창작하는 활동이에요. 전시에서는 해당 오브제(사물)을 채집한 곳과 골목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함께 상영하여 단순한 가구, 소품이 아닌 이야기를 가진 사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하였어요. 지역의 골목을 다니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버려진 사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左) 동부창고 작품설치모습         右) 자투리전 참여자 체험모습
 
소개해 주신 세 가지 활동만 해도 공간, 지역, 재생이 주요 키워드인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하여 제한을 받거나 하진 않았나요?

    사실 오프라인 전시 일정 부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온라인 전시 등의 활동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어요. 저희가 한 활동 중 리본 프로젝트를 예를 들자면 이런 작업에서는 주요 영감과 활동이 지역의 골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어쩌면 오프라인 전시로만 진행했다면 오히려 제한적으로 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온라인 전시가 익숙해지는 시대가 오면서 되려 활동의 확장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청주 어귀의 골목 이야기가 온라인을 통해 지역적 제한 없이 많은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온라인 경매 활동을 통해 타지역 사람들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저희가 진행한 리본 프로젝트 온라인 전시의 경우 관람객의 대부분이 타지역 사람들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확장적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左) 리본 프로젝트 작품과 영상        右) 리본 프로젝트 전시 설치 모습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앞으로의 아뜰리에201은 어떤 활동을 계획하나요?
    우선 포스트 코로나-19를 생각해 보면 로컬성의 더욱 짙어질 거라 생각해요. 여행과 문화생활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고 그렇기에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은 집중할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아마도 온라인 콘텐츠의 확장이 더욱 이루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작년 동안 많은 이들이 온라인 형태의 생활을 경험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숙련되어 더욱 양질의 콘텐츠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돼요. 이는 우리가 하는 작업이 더욱 넓은 범위로 확장 가능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입니다.
    저희의 다음 활동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려 해요. 특히 리본 프로젝트의 연장선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역 골목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조립 가구의 형식으로 상품화하여 많은 이들의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전국 방방곡곡의 집으로 소개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알뜰리에201 교육활동모습

    아뜰리에201가 생각하는 로컬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해석하는 지역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동네 골목에 버려진 작은 물건이었다. 사실 이것이 로컬성을 잘 드러내는 기초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골목에 버려진 사물이 창작자들에 의하여 재해석되는 과정은 지역을 예술의 원천으로 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지역민을 위한 것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로컬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는 장치로 여겨진다.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운동의 시작은 단순 우리 동네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로컬을 원천으로 다양한 소통을 도모하는 것일지 모른다. 포스트 코로나-19에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것은 잠재적 자원으로 존재하는 지역을 활용하고 소모적으로 소비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 있다. 아뜰리에201이 접근하는 지역은 섬세하고 기초적이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19를 대비한 지역 자원의 확대 방법 또한 고민한다. 단순히 지역을 활동 거점으로 삼고 움직이는 것이 아닌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운동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가 로컬을 원천으로 삼는 아뜰리에201의 활동에 집중해서 봐야 할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앞으로 그들의 활동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