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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계단오르기 세계대회 우승자 한동희 소방교
'소방관에게 체력은 생명! 20㎏ 장비 메고 25층 단숨에 “한국 소방 능력 확인했다”'

2분 9초 49. 남양주소방서 소속 한동희 소방교가 아파트 25층 높이 계단을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한 소방교는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열린 아람코 소방관경기대회(이하 아람코 대회)에 출전해 계단오르기 종목에서 1위(20대 기준)를 차지했다. 아람코 대회는 46개국 소방관들이 계단오르기, 최강 소방관 경기, 소방차량 운전 등 실제 소방현장 활동에 필요한 기술과 체력을 겨루는 대회다. 한국 대표로는 한 소방교를 포함한 소방대원 네 명이 도전했다.

한동희 소방교는 출동할 때마다 구조 대상자가 안전하길, 자신의 실수로 누구도 잘못되는 일이 없기를 소원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계단오르기 종목 출전자는 심판의 신호에 맞춰 1분 단위로 각각 출발한다.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헬멧, 장갑 등 모든 소방 장비를 착용한 채 계단을 가장 빨리 오르는 사람이 우승자다. 20대부터 60대까지 나이대별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한 소방교의 성적은 우승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한 소방교는 “한국 소방이 외국 소방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에서 승강기 탑승은 매우 위험하다. 승강기 통로로 유독가스가 쉽게 유입될 수 있는 데다 정전기 등으로 승강기가 멈출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최소 20㎏의 장비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소방관들에게는 특히 체력을 요한다. 한 소방교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일이었는데 좋은 성적까지 얻어 더 기쁘다”고 말했다.
2018년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 럭비 종목 2위, 2023년 전국소방공무원 해운대 LCT 계단오르기 대회에서 1위 등 이번 아람코 대회 외에도 여러 소방관 대회에 출전했다.
한계에 부딪히는 과정을 좋아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순간,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쾌감을 즐긴다. 아람코 대회의 경우 2023년 전국소방공무원 계단오르기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 덕분에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출전까지 딱 한 달이 남았던 때라 더욱 열심히 준비해야만 했다.
소방관 훈련 중에 계단오르기가 있나?
따로 훈련은 없다. 대회에 출전하는 게 훈련인 것 같다(웃음). 평소에도 달리기 위주의 유산소운동을 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부담은 없었다. 대회에선 300여 개 계단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계단오르기 동작을 중점적으로 한 달 내내 연습했다. 대회 때와 똑같이 장비를 착용한 채로 했다.
땀이 쏟아지겠다.
방화복에다 장갑, 신발, 헬멧, 공급호흡기, 면체(얼굴 착용 부분)까지 착용하고 나면 온몸이 열로 가득 찬다. 열이 빠져나갈 구멍을 찾을 수가 없다.
포기하고 싶은 구간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다(웃음). 기록을 내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 걸어선 안된다. 중층 즈음 도착하면 다리에 마비가 오는 느낌이 든다. 초반만큼 속도를 낼 순 없지만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멈출 수가 없다. 게다가 실제 화재 진압 현장이라고 생각하면 멈출 수 없다.
아람코 대회에선 계단오르기에만 출전했나?
최강 소방관 경기에도 도전했는데 성적은 좋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최강 소방관 경기는 총 네 코스이고 단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1단계는 호스를 연결해 끌어당긴 뒤 말아서 정리하기, 2단계는 해머로 목표물을 타격한 뒤 중량물(15㎏)을 70m가량 끌고 다시 중량물(20㎏)을 들어서 터널을 통과한 뒤 5m 담을 넘어야 한다. 3단계는 20㎏ 사다리 두 개를 든 채 3층까지 오른 뒤 무거운 물체를 당겨 내려놓기다. 이어 모든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8층 계단을 오르면 끝이다.
계속 세계 대회에 도전할 건가?
9월 덴마크에서 열리는 세계 소방관경기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이번 아람코 대회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기록을 냈다. 출전 전날에 도착한 데다 해외에 처음 나간 탓에 시차 적응을 못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프로필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더라. 음식까지 입에 맞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연습 때보다 기록이 늦었다. 다음에는 더 나은 컨디션으로 도전해보고 싶다.
한 소방교는 인터뷰 중 수없이 잔기침을 했다. 소방 일을 시작하고 부쩍 잔기침이 늘었다고 한다. 올해로 7년 차 소방교인 그는 수천 건의 현장 출동에 나섰다. ‘죽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여전히 엄습하지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의 손길을 뿌리칠 순 없다. 그는 9·11 테러 당시 소방관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구조 대상자에게 향하는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접한 뒤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소방관에게 체력은 필수인 것 같다. 그 외에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명감이 가장 중요하다. 사명감이 없다면 이 일을 계속하진 못할 것 같다. 소방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막상 현장에선 ‘내가 이 일을 앞으로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몸이 힘들기도 했지만 두려움이 컸다. 화재 현장에 들어가면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동기 중에는 실종자 수색 중 홍수로 인해 도로가 유실되면서 동료가 강물에 휩쓸려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경우도 있다. 순직한 대원이 내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두렵다고 주저한다면 다른 동료들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나도 동료들도 그런 마음으로 현장을 지킨다.
화재 진압을 하면서 연기 흡입을 많이 할 것 같다. 폐 건강은 괜찮은가?
공기 용기가 별도로 있고 면체를 착용하기 때문에 30분 동안은 숨 쉴 수 있다. 다만 공기 용기를 교체하거나 잔불 정리를 하면서 면체를 잠깐 벗을 때 재 가루가 훅 들어온다. 담배보다 훨씬 해로운 것으로 안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기침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기침을 시작하면 멈추는 게 힘들다. 계단오르기 대회를 준비하면서 과호흡을 겪었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방화복을 입으면 뜨거움을 못 느끼나?
아니다. 방화복을 입어도 뜨겁다.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실제로 방화 장갑이 녹아서 화상을 입은 동료들도 있다. 겨울에는 그나마 낫지만 여름에는 너무 힘들다. 현장에서 탈수 증세를 보이는 동료도 많다.
요즘에도 장난 신고 전화가 많이 오나? 출동벨이 수시로 울리면 식사 시간도 없겠다.
장난 전화보다 비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택시처럼 이용하기 위해 부르는 경우가 많다. 특정 병원을 콕 집어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한다.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줬으면 좋겠다. 출동벨은 예측을 못한다. 식사 시간보다 간식으로 라면 먹을 때 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 좀 한가하네’라는 말은 금기어다. 이상하게도 출동이 없다가 누가 그 말을 뱉는 순간 출동벨이 울리는 경우가 많다.
직업병은 없나?
어딜 가더라도 소방시설부터 확인하게 된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설마 우리 집에 불이 나겠어?’ 했다. 일하면서 보니 화재는 정말 다양한 이유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디서든 매 순간 화재를 일으킬 만한 환경, 행동에 주의해야 한다.
어떤 소방관이 되고 싶은가? 출동하면서 하는 다짐이 있다면.
현장에서 체력적으로 부족함 없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 그래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다. 출동할 때마다 구조 대상자가 안전하길, 내 실수로 누구도 잘못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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