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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그가 나타난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켜야죠”
'방범 봉사 30년, 최창환 중원구자율방범대 지대장'

경기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빌라·다세대 주택들이 빼곡한 골목에 저녁 9시면 어김없이 ‘보안관’이 뜬다. 보안관은 동네를 한 바퀴 돌며 길거리에 쓰러져 잠든 취객은 없는지, 가로등은 잘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저녁 10시, 인근 숭신여자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를 돕고 공원을 돌며 아직 남아 있는 청소년들이 있으면 집으로 돌아가도록 독려한다. 보안관의 활동은 새벽 1시가 돼서야 끝이 난다. 동네 언덕을 쉼없이 오르내려야 하지만 보안관의 빨간 순찰봉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골목을 누빈다. 보안관의 철칙 중 하나다.

최창환 성남시 중원구자율방범대 은행1지대장은 마을 보안관으로 통한다. 매일 저녁 9시면 어김없이 동네를 돌며 방범활동을 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최창환 성남시 중원구자율방범대 은행1지대장(57)은 은행동 보안관으로 통한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사명감 하나로 30년간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방범순찰뿐만 아니라 동네에 문제가 생기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중원구자율방범대 사무국장을 거쳐 20년 동안 은행1지대장을 맡고 있다. 불을 밝힌 방범대 초소 덕분에 동네는 한층 더 밝아졌고 큰 범죄 없이 무탈하게 버틸 수 있었다.
몇 해 전부터는 집수리 봉사도 시작했다. 열쇠 교체나 간단한 전기 수리로 시작했던 일이 제법 전문적인 수준의 집수리로 이어지고 있다. 목수 등 이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대원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두 달에 한 번씩 거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찾아가 미용 봉사도 하고 있다. 최 대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성남시로부터 ‘자원봉사 활성화 유공 표창’을, 2022년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올 2월에는 ‘성남시 일일 명예시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최 대장과 함께 활동하는 방범대원은 40여 명이다. 5명이 한 조를 이뤄 순환방범을 서지만 최 대장은 매일이 당번이다. 자영업을 하는 그는 오후 6시에 퇴근해 저녁을 먹으면 일과처럼 집을 나선다.

최창환 성남시 중원구자율방범대 은행1지대장은 마을 보안관으로 통한다. 매일 저녁 9시면 어김없이 동네를 돌며 방범활동을 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30년 동안 자원봉사를 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매일 저녁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하루 4시간 동안 방범순찰을 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일도 한다. 어버이날에는 어르신 300명을 초청해 동사무소 앞에 천막을 치고 설렁탕을 대접했다. 명절에는 독거 어르신이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애인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생필품도 전달한다.
최근에는 미용 봉사와 집수리도 맡아 하고 있다고.
봉사대원이 40명인데 그중 미용실 원장도 있고 목수나 전기를 다룰 줄 아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재능기부로 미용 봉사와 집수리를 시작했다. 워낙 낡은 건물들이 많아 고장난 곳이 적지 않다. 대원들이 세면대도 고쳐주고 전등도 교체해준다. 미용 봉사는 두 달에 한 번씩 가는데 그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독거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집은 일일이 들여다보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핀다.
봉사대원들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네 주민들이다. 요즘엔 봉사단에 젊은층이 부족해서 걱정이다. 봉사란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 억지로 시킨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할 일은 많은데 점점 일손이 부족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우리 동네는 성남시에서 구도심에 속한다. 달동네로 파출소도 없어서 방범에 취약하다. 내 아이들에게 안전한 동네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자율방범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우리 동네는 우리가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봉사한 것이 어느덧 30년이 됐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2024년 10월이면 1만 5000시간이 된다.
자율방범대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5명이 한 조로 움직이는데 조를 따로 정해두지 않고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일 근무 시간이 되면 총무가 인원을 체크해 조를 꾸리는데 보통 7~8명이 모이는 편이다. 나처럼 매일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대장, 부대장, 총무, 간사, 순찰부장 등 10명의 임원이 모여 큰일이 있을 때마다 회의를 하고 일을 결정한다.
기억에 남는 일이 많겠다.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춰 방범 활동을 하고 있으면 학부모들이 와서 떡이나 김밥을 건네며 감사인사를 한다. 그럴 때면 뿌듯하다.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방범대에 놀러오면 순찰차에 태워 동네 한 바퀴 돌며 방범대 활동에 대해 설명해주곤 했는데 그 아이들이 커서 봉사단에 들어오기도 한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다.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방범대 활동의 본거지로 쓰고 있는 컨테이너 건물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많은 불편함이 있다. 무엇보다 산을 깎아 만든 동네라 동네를 순찰할 땐 차량이 꼭 필요한데 2002년 자비로 구매한 순찰차를 지금도 쓰고 있다. 20년이 넘다 보니 고장이 잦아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보험료나 세금, 수리비 등 지원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순찰 중 취객이나 범죄자를 상대해야 하는 등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여태 큰 사고가 없었다는 점이다.
봉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없었나?
봉사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함께하는 대원들이 좋고 지역민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차다. 자영업을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손꼽을 정도다. 그래도 집에서 쉬는 것보다 이곳에 와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사명감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말하는데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태 하고 있을 뿐이다.
성남시 ‘일일 명예시장’에도 위촉됐다고.
성남시가 올 2월에 일일 명예시장 100명을 위촉했다. 명예시장은 1년 동안 활동하면서 성남시에 필요한 정책을 제안한다. 나는 5월 말에 일일 명예시장을 맡게 됐다. 교통과 안전부문을 담당한다. 동네를 둘러보면 알겠지만 주차된 차들이 도로를 점령해서 사람들이 오가기 쉽지 않다. 주차난 해소를 위한 방편을 고민 중이다. 또 버스전용차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건의할 계획이다. 새벽과 밤에 환경미화원들이 안전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옷에 야광 안전띠를 부착하는 것도 제안하려고 한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자율방범대의 활동으로 동네 치안이 좋아진 점은 우리 대원들의 자부심이다. 독거 어르신을 위한 요양원을 설립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오갈 데 없는 분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자원봉사단이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젊은층의 수급이 필요하다. 내가 봉사를 하면서 느낀 보람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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